희미하게 잿빛이 섞인 밀금발과 흐린 푸른색의 눈동자. 장미꽃처럼 곱슬 진 모발은 보호자인 어머니가 그간 아이를 애지중지 보살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비단결처럼 엉킴 없이 부드럽다. 머리는 대체로 두 갈래로 나눠 조금 땋아 장미 형태의 장식이 달린 리본 머리끈으로 묶어 장식한다. 가장 아끼는 장신구라는 듯. 온순한 눈매와 멍한 표정이 고운 인형의 낯을 연상케 하지만, 입을 열 때마다 툭 쏘아지는 말은 퉁명스럽기 그지없다. 키에 비해 팔과 다리가 유난히 길고 말랐으며, 교복 블라우스를 퍼프 슬리브로 리폼하였고 스커트 안에 속치마를 겹쳐 입는다.
🌟기타사항
가족 관계 : : 과거 일본과 독일의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던 유명 프린시펄 신츠 카에데의 셋째 딸. 약 십 년 전 그가 재혼했을 당시에 남편이 데려왔던 자식으로, 사실은 의붓딸이기도 하다. 그러나 채 몇 해가 지나기도 전 친부가 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로샤는 홀로 의붓어머니의 품에 남겨졌다. 채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전 어머니를 만났으며 카에데는 진심을 다해 막내딸을 아껴주었으므로 로샤에게 어머니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위로는 아홉 살 터울, 다섯 살 터울의 두 언니들이 있다. : 가정은 막내 자식인 로샤를 오냐오냐해주는 분위기. 어머니와 언니들 앞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온순한 양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니 말 다 했다.
상자 속의 토슈즈 : : 이십여 년 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사사나카 카에데는 재능과 실력, 노력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무용수였으며 당시 국내에서는 그 이름이 발레라는 장르의 대명사로 통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그의 첫째 자녀인 신츠 리리나는 모친의 능력과 성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덕택에 어릴 적부터 뛰어난 두각을 자랑하며 새로운 유망주로서 성인이 된 현재, 자신의 극을 펼쳐내 보이는 것에 성공했다. 어머니의 이름에서부터 드리운 장막 아래에서도 굴하는 법 없이. 반면 둘째 언니는 어릴 때 잠깐 배우는가 싶더니 지금은 연기자를 지망하고 있지만··· 어찌 됐든 가족들의 이러한 행보는 로샤의 진로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데, : 다소 뜬금없다 느껴질 정도로 갑작스레 키라메키 학원에 재학하게 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샤 또한 발레를 배워오고 있었다. 둘째 언니는 자신의 길을 찾아 빗겨나갔다고 해도 두 사람이나 발레계에 몸담고 있으니 그들을 보고 자란 어린아이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동안 꽤 열심히 배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 년 전에 돌연 그만두게 됐다. 단순히 재미가 없어졌다는 말과 함께. 상자에 담아서 감춰버린, 오랫동안 꽤 아껴왔었던 토슈즈를 이제 스스로 꺼낼 일은 없다.
키라메키 학원 : : 다른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작년 초에 키라메키 학원으로 전학 왔다. 희대의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음악성과 관련하여 재능이 아주 없지는 않다. 명문 엔터테이너 교육 기관으로 손꼽히는 그 키라메키 학원에 허투루 입학한 건 아니라고 말하는 듯이. 특기 분야를 꼽아보자면 춤. 물이 흘러가는 듯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춤선이 특징이다. 꽤 오랜 시간 발레를 배워왔던 탓에 발레 무용 특유의 유연성과 애티튜드가 미약하게 서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교사들에게는 대체로 예민하고 조용한 학생으로 평가되나, 또래 학생들에게는 다소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까탈스러움이 가미된 재수 없는 동급생으로 통한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야? 사교성이 남들보다 결여되어 있어 누군가 다가와도 퉁명스레 틱틱 대기 일쑤지만 엄청 고집이 강한 것은 또 아니므로 만일 당신이 인내심이 강하며 긍정적인 편이라면, 로샤와의 관계에 있어 큰 어려움은 겪지 않을지도 모른다. : 초등부 졸업까지 이제 대략 일 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중등부 때부터 시작되는 분과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별생각이 없다. 애초에 특정한 과를 노렸던 게 아닌 키라메키 학원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에. : 교내에서 좋아하는 곳은 도서관, 플라네타리움 극장, 학교 내 공터나 정원 근처. 실외보다는 실내, 학생들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곳들을 선호한다.
그 외 : : 1인칭은 '나(あたし)'. 타인을 부를 때는 대개 '너(あんた/おまえ)' 또는 성씨로 호칭한다. 상급생에게도 뒤에 선배라는 타이틀을 추가로 덧붙일 뿐 편하게 반말을 쓰며 이를 지적해도 겨우 일 년 차이 가지고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굴지만, 후배들이 자신한테 하대하는 건 또 기분 나빠하니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표본이 따로 없다. 카메라를 의식할 때는 '당신(あなた)'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 미약한 결벽증 증세를 보이며 기분이 나쁘거나 불안할 때면 손끝을 매만지는 습관이 있다. : 좋아하는 것은 푸른색 꽃, 리본과 인형, 레모네이드, 가족들. 싫어하는 것은 더러운 것, 함부로 닿는 것, 귀찮고 시끄럽게 구는 행동, 얕잡아 보는 것, 지는 것··· 외 다수. 자존심이 강해 자신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는 행위를 용납하지 못한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경쟁의식이 심하며 패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한 건 꼭 두 배로 갚아줘야 속이 풀린다나. : 최근 관심사는 당연히 학생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던 기말 평가, 지난주에 작은언니가 선물로 보내준 오리 모양 인형 키링. 고민거리는······ 비밀. 흥, 네가 알아서 뭐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