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색 머리카락에 백안. 정신사나운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확장된 동공. 안 그래도 음울하고 어두운 인상, 골반을 미처 넘지 못 하는 선에서 길게 내려온 정돈되지 않은 산발까지 더해지니 그것이 배가 되었다. 머리를 묶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반묶음의 형태. 가지런히 입고 다니던 이전과 달리 후줄근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눈가에 두 개의 점이 비스듬히 있으며, 언뜻 보면 더듬이처럼 보이는 두 가닥의 머리카락 또한 특징 중 하나. 누군가는 이를 보고 나비(蝶) 같다고 했지만, 글쎄. 정확히는 갑충의 것이라고 칭해야 옳지 않을까.
🌟학교 생활
중등부 진학 이후, 한동안은 문제없이 성실하게 활동했다. 평범하게 괜찮은 유닛에 들어가서, 평범하게 좋은 유닛원들과 지내는 나날은 그럭저럭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있었고, 연기에 대해서도 결국엔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지만 매일이 보람차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었다만, 고등부 진학을 앞두고 있던 시절의 어느 날을 기점으로 그에게 있어서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편치 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한 마리 해충으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제 1부-
그 이후로 고등부로 올라간 그는 성실한 학생이 아니라,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 하고 여러 유닛을 전전할 뿐인 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말하기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람이 변했다고 했다. 단순히 변했다, 뿐만이 아니라 마치 무언가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주변에서 보기에 꺼림칙할 지경이라더라. 대체로 처음에는 그런 그를 안쓰럽게 여겨 유닛에 받아주곤 했지만, 결국 그의 행보를 보다못해 유닛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게 되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다.
확실한 건, 그가 현재 유닛, 즉 칼립소에 소속되기 이전 마지막으로 소속되어 있었던 유닛에서는 나름대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유닛원들 간의 사이도 나쁘지 않고, 그의 독단적인 면도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던 것 같다. 결국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체하게 되었다고 한들. 그 뒤로는 한참을 어느 유닛에도 들어가지 않고, 어떤 활동도 하지 않은 채 막연한 나날을 보내다 리더의 권유로 칼립소에 합류한다. 이후에는 가끔씩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이 유닛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하고.
🌟기타사항
: 1인칭은 ‘나(俺, おれ)’, 2인칭 ‘너(君, きみ)’. 호칭은 성씨로 통일한다.
: 영화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자라면 ‘고쇼’라는 성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고쇼 노부유키(御所 信幸), 그리고 고쇼 레이나(御所 玲奈). 영화 감독과 그 영화의 배우가 서로 눈이 맞아 결혼까지 골인했다던 로맨틱한 이야기는 한때 큰 화제가 됐었지만, 과연 지금까지 관계가 좋을 지는 모를 일이다. 연예계에 빠삭한 사람들은 진작 그 둘의 사이에 불화가 생겼다, 정도로 추측하고 있는 듯 하지만.
: 그런 부모님을 따라 본인 또한 영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연기를 하기를 원했던 것에 비해 기적적으로 재능이 발현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노력이 아예 빛을 못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봐야 한 순간 발산하는 식이라고 할까. 장시간 연기해야 할 배우의 기준으로선 글러먹었지만 아이돌 무대 정도에서는 써먹을 수 있을 테다.
: 또래에 비해 유난히 어른스럽고 속 덜 썩이는 애, 그것이 그의 주된 평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옛날의 이야기다. 신경과민에, 기분도 오락가락에, 심적 여유라곤 없어보이는데다 이전에 비하면 무례해졌다. 부정적인 성격이란 성격은 다 집합해둔 듯한 모습. 무엇보다도, ‘어떤 것’에 관한 강박적인 면모가 보인다고 할까. 어떠한 것도 없어져서는 안되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있어야만 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제 2부-
: 취미는 영화 감상 및 독서, 특기는 속독 및 필사. 그 취미는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지만 방식은 살짝 달라졌다. 그러니까, 이전에는 정말로 간간히 즐기는 여가시간 정도로 부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를 영화로만 보내거나,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지내거나 같은 식이다.
: 그 외에도 하나 취미가 생기긴 했다. 취미라고 해도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어떤 대상에 대해 관찰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특별한 누군가로 한정되지 않으며 그때마다 달라진다.
: 특히 같은 과 중에는 진작에 관찰당한 사람도, 아직 아닌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전자라면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관찰은 단순히 상대의 외모나 행동거지를 조목조목 살피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심리 같은 것을 캐는 것에 가깝다고.